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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F대학가 2020-08-28 조회199회 댓글0건

[New-D]
고독과 침묵의 시간 - 공병훈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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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고독과 침묵의 시간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독과 침묵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기억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학생일 때는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을 IVF멤버들과 함께 보냈다. 평일 오전 8시, 디피엠으로 모였다. 일주일에 3번의 저녁시간을 소그룹, 큰모임, 리더모임으로 함께 보냈다. 원투원도 잦았고, 같이 살기까지 했다. 공동체는 응당 그러한 줄 알았다. IVF가 주 전공이라며 너스레를 떨던 기억도 난다. 시대가 바뀐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 행복했던 시간에도, 힘들었던 시간에도 우리는 함께 있었다. ‘늘 함께’ 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IVF대안대학 산돌학교에 갔을 때도 그랬다. 20여명의 지체들과 4개월 간 함께했다.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곤 함께 수업을 듣고 원투원을 하고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모든 시간은 서로 사랑하고자 위함이었다.


그 당시, 교회에 참여하는 모습도 비슷했다. 토요일 오전, 자연스레 교회로 향했다. 해가 지고 나서 교회에서 다시 나왔다. 주일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삶을 나누고 마음을 공유하고 봉사를 하는 것은 내 생활의 핵심 중 하나였다. 방학이 되면 여름 사역, 겨울 사역 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모여 더 많은 것들을 했다. 고등학교 때 신앙 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기독교 공동체가 다 이런 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 시작했던 기독교 동아리도, 교회도, 대학에 와서 시작했던 IVF생활도 그랬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경험한 하나님 나라 운동의 유익과 기쁨을 전달 하고자 했던 것이었지만 나는 누군가의 선을 잘 침범했다.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영역까지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관여했었다. 혹은 그 어려움 속에서 도망쳐, 나의 선을 명확하게 지키며 타인의 존재를 무시하고 살아온 기억도 있었다. 공동체라는 이름은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불편하기도 하고 내 삶에 깊이 들어온 무언가였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따로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해 보았다. 의도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워내는 연습을 했다. 늘 함께 있었던 것에서 홀로있지만 같이 있음의 의미를 알고자 한 걸음 물러났다. 이 시간은 타인이 차단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캠퍼스를 걸으며 만나는 이들을 기억하고 떠올린다. 어떤 정서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었다.


나의 존재가 자기중심적 경향으로 관계 맺어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이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나의 고독과 침묵, 그리고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지난 봄학기, 코로나로 여러 가지 제한적 인 상황 속에서 이 책을 접했다. 바로, 카일 데이비드 베넷의 <사랑연습>이라는 책이었다.


베넷은 우리의 시간 사용과 관계에 대한 부분을 묶어 이렇게 말 한다. ‘우리의 교제 습관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교제 습관에 때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부재로 또는 존재로 이웃을 상처 입힐 수 있다. 두 가지 이기적 경 향이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침범과 회피다.’(카일 데이비드 베넷 - 사랑 연습)


영성가였던 헨리 나우웬 또한 고독에 대해 말한다. ‘골방이 없는 삶, 조용한 중심축이 없는 삶은 금세 파괴적이 된다. 정체감 확인의 유일한 길로서 자신 의 행동의 결과에 매달릴 때 우리는 소유적이고 방어적이 되며, 동료 인간을 삶의 선물을 나눌 친구가 아니라 거리 를 유지해야 할 적으로 보게 된다.’(헨리 나우웬 - 기도의 삶).


이웃과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법, 특별히 침묵과 고독을 통해 발견되는 건강한 시간 사용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 다. 나의 성향도, 내가 경험한 기독교 신앙의 배경에서도 그랬다. 침묵과 고독은 연습이 필요했다. 혼자 머무르기, 외로움과 소외를 경험하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다. 책임 때문에 물러나는 것은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책임은 도리어 나에게 늘 무언가를, 어떤 말을 하게 했다. 함께 있으며, 책임진다는 이름으로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늘 머물렀다. 얼른 행동하고 싶은, 말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기도 했다. 나의 경험과 기억을 따라, 판단하고 말하고 싶은 마음 안에 깊이 잠겨 있을 때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어떤 것보다 고독과 침묵의 기술이 요구 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모이는 것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동적 멈춤이 아닌, 적극적 침묵과 고독으로 들어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날 수 없지만 공동체임을 기억하는 적극적 행동, 그들을 향한 고독과 침묵 속에서의 묵상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번 기회에 일상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더 보내보는 건 어떨까.


이전부터 수많은 저자들은 고독과 침묵에 대해서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이 고독과 침묵은 공동체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끊임없이 물러나고 다시 돌아오는 이 여정 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되었고, 이 과정은 공동체를 풍성하게 세워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고독과 침묵의 시간은 과하게 침범했던, 혹은 적당히 관여했던 우리의 존재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침묵과 고독은 단순히 물러남, 타인과 경계를 두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아니다. 이웃을 향한 사랑의 중심에 고독이 있다.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사실, 하나님의 성령이 온 세상에서 여전히 쉬지 않고 일하신다는 사실. 아마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신뢰하도록 부름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나는 지난 3년 전부터 매해, 침묵과 고독의 자리를 마련한다. 다른 것 아닌, 홀로 머물며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과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를 보기 위해 물러난다. 조급함과 불편함,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변함없이 내 존재에 찾아오지만 그 마음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 또한 흘려보낸다. 그저, 그 마음의 동기를 묻고, 기도한다. 매 방학, 이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하나 더 매주 주일 예배를 마친 뒤, 꼭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일주일에 2~3시간. 익숙한 환경을 걸으며, 이 공간 을 공유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 마음을 고백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적당히 관계 맺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진심을 전달하지 않고 피상적 인 관계 안에서 닫혀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혹은 지나치게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고 간섭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어쩌면 우리는 의도적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느끼고,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분의 제자 공동체로 자라갈 수 있는 건 아닐까.


 

고독을 연습하는 간단한 단계들.


매해, 매주, 매일 우리는 멈추고 떨어져서 묻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 신앙의 전통, 침묵과 고독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루 15분, 일주일에 2~3시간. 매해, 꾸준히 시간을 정해두고 고독과 침묵으로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베넷은 책의 마지막에 우리에게 고독 & 침묵을 연습하기에 좋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 또한 이 질문 앞에 서서, 기도하고 들어보는 건 어떨까.


1) 고독연습은 매일 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지속적으로 자주 하는 일이어야 한다. 하루에 15분을 떼어라.

2) 욕실에서 ‘잠시 쉬는 것’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화장실은 군중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하나님과 이야기 할 수 있 는 썩 좋은 장소다. 핸드폰이나 잡지를 읽지 말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라. 기도하라.

3)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그리고 이 질문들을 갖고 기도하라.
- 나는 오늘 누군가를 나쁘게 생각한 적이 있는가?
- 오늘 나의 이웃을 어떻게 대우했는가?
-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있었는가? 놓쳤다면 왜 놓쳤던 것인가?
- 오늘 누군가와 뭔가를 나누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것을 나눌 수 있었을까?
- 나의 말은 친절하고 다정했는가?
- 내가 나의 이웃을 짜증나게 하거나, 실망시키거나, 상처를 주는 일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 일을 달리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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