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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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05-24 조회974회 댓글0건

[소리정음]
다채로운 변화 속으로 걸어가는 출근길 [길거리의 일상, 나의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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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1 두 번째 소리 04+05호(통권25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길거리의 일상, 나의 출퇴근길]


▷ 나만 타고싶은 따릉이_전전

 다채로운 변화 속으로 걸어가는 출근길_정영석

▷ 길고 긴 출근길에서 얻은 유익_조찬일

▷ 편도 한 시간, 대구 지하철의 출퇴근 여행_원세연

▷ 운전대 앞에서 빛나는 출퇴근길_이지현





다채로운 변화 속으로 걸어가는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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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석(아산호서대09)

천안, 아산, 세종지역을 담당하는 영상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소식을 카메라로 담아 뉴스로 편집하는 일을 하다 보니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매일 걷는 출퇴근길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의 출근길은 마치 깔끔한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다양한 곳을 걸어서 출근 하는 동안, 많은 사람의 다양한 아침을 볼 수 있다. 그럴 때의 기분은 구석구석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의 아침을 엿보는 것은 어쩌면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들의 아침이 나의 아침에 용기를 더해주는 것은 틀림없다. 


졸린 눈 비비며 힘겹게 일어나 집을 나서면 아침 7시. 오늘도 출근을 한다. 계단을 내려가 현관을 나서면 골목이 보인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이 있어서 골목은 늘 아이들로 북적인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아이들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었는데 최근에 다시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몸만 한 주황색 작은 가방을 등에 메고 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아이와 그 뒤를 따라가는 부모님의 모습. 언제 보아도 정겹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띠는 출근길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지나치면 어르신들이 보인다. 노란색 조끼를 맞춰 입고 한 손에는 집게,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계신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골목을 청소하신다. 성실한 인생을 몸소 보여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자연스레 목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골목을 벗어나면 큰길에 들어선다. 차도를 따라 걷다 보면, 11번 버스가 지나간다. 11번 버스를 타면 회사 앞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지만 난 걷기를 택한다. 버스보다는 오래 걸리지만 걷는 길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적이는 도로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낭비는 하고 싶지 않다. 도로를 지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천이 나온다.  


하천 위로 다리가 놓여있어 도로를 따라 건널 수 있지만, 난 굳이 하천으로 내려간다. 늘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듣고 싶어서다. 아침에 물소리와 초록의 풀 내음 가득한 하천을 걷는 기분이란…. 절로 하나님을 찾는 순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이 기분을 더 만끽하기 위해 징검다리 위로 올라간다.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하천의 하류, 상류 쪽을 몇 초간 응시한다. 그러면 늘 마주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름 모를 새다. 그 새는 물에 발을 담그고, 조심스레 걷는다. 한발. 한발. 조용하고 차분하게 내디딘다. 황새나 왜가리쯤으로 추측은 하고 있지만, 한 번도 검색해서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 흐르는 물소리. 멀리 보이는 흰색 새. 이 그림만으로 충분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편안한 마음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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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만나는 이름 모를 하얀 새


하천이 주는 편안함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면 지하도를 만나게 된다. 철로 밑으로 난 지하차도. 그 옆으로 두 사람 어깨너비 정도의 인도가 있다. 인도만큼 차도도 좁다. 그래서 차량이 몰려 늘 정체되는 구간이다. 공기는 탁하고 분위기는 삭막하다. 벽에 스치기라도 하면 검은 먼지가 잔뜩 묻어나온다. 게다가 자동차 정지등으로 빨갛게 물든 지하차도 안에는 빵빵대는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담배를 피우며 걷는 사람의 몰상식함이 더해져 인상이 팍! 찌푸려진다. 서둘러 지하차도를 빠져나온다.

 

지하차도를 지나면 시장이다. 나에게 7시는 꽤 이른 시간인데, 시장에서는 늦은 시간인 것 같다. 이미 대부분의 가게가 파란색 천막을 치고 장사를 시작했다. 상인들의 목소리로 활기가 가득하다. “딸기 두 박스에 만원!”, “귤 한 봉지 천원!” 과일가게 아저씨가 소리친다. 가게 유리를 닦는 아주머니와 채소를 진열하는 어르신.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내 발걸음도 그에 맞춰 저절로 빨라진다. 이렇게 걷다 보면 발걸음이 느려지는 구간이 있는 데…. 바로 순대집이다. 아침에 맡는 순대 찌는 냄새는 황홀하다. 내 발길을 붙잡는 냄새를 뒤로하고 조금 더 걸으면 드디어 회사에 도착한다. 


변화를 즐기는 나에게는 매일 같은 일상을 맞이 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특히 회사라는 집단에서 늘 같은 시간에 같은 곳으로 가는 건 정말 무료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출근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이셨다. 하나님은 변화를 즐기는 나에게 다양한 선물을 주셨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풍경이었다. 웃음소리 가득한 정겨운 골목과 생명이 꿈틀대는 싱그러운 하천. 삭막한 지하차도. 부지런한 시장. 다채로운 색으로 나에게 물어보신다.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맞이할 거니?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니?’ 출근길 마주치는 모든 생명. 각자의 삶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물어보신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늘 하나다. “오늘도 아이처럼 순전하고 어르신처럼 부지런하고 자연처럼 너그럽게, 삭막한 사회생활을 활기차게 채워보겠습니다.”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시작이지만. 출근길 내 마음을 물들인 모습으로 용기를 얻는다. 내가 그들에게 받는 것처럼 그들의 하루에 하나님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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