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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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05-25 조회8,700회 댓글0건

[소리정음]
편도 한 시간, 대구 지하철의 출퇴근 여행 [길거리의 일상, 나의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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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1 두 번째 소리 04+05호(통권25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길거리의 일상, 나의 출퇴근길]


▷ 나만 타고싶은 따릉이_전전

▷ 다채로운 변화 속으로 걸어가는 출근길_정영석

▷ 길고 긴 출근길에서 얻은 유익_조찬일

▶ 편도 한 시간, 대구 지하철의 출퇴근 여행_원세연

▷ 운전대 앞에서 빛나는 출퇴근길_이지현





편도 한 시간, 대구 지하철의 출퇴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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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명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 원세연(계명대10)

계명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IVF 대구지방회 5년차 사무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곧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이런 책자에 글을 쓰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고, 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게 어색하기도 하네요. 지방에서 지하철로 출근하는 이야기는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서, 이런 것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9개월 차 임산부 니다. <소리>가 발행되는 4월쯤에는 아기를 출산했을 수도 있겠네요!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와 임신으로 인해 요새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꼭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대구지방회 사무실은 대구 시내 중심에 있습니다. 그것도 완전 핫플레이스인 교보문고가 위치한 빌딩에 있어요. 현재는 코로나 상황이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조심스럽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진다면 대구 방문할 일이 있으실 때 놀러오셔도 좋습니다.  


SNS에서 지역별 지하철 노선에 관해 설명해놓은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수도권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지하철 노선을 구성, 대구는 중심으로 모일 수 있도록 노선을 구성해보았습니다’라는 글이었어요. 제가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유는, 대구에서는 어느 동네에 살든 시내로 가려면 지하철을 타는 게 가장 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내 가까이 살면 좋을텐데, 제가 사는 곳은 대구 거의 서쪽 끝에서도 안쪽에 자리 잡은 애매한 동네라 시내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나와서 지하철을 타야 합니다. 총 걸리는 시간은 편도로 1시간 정도인데요, 물론 결혼하고 난 이후에는 남편이 종종 지하철역까지 혹은 사무실까지 태워주기도 합니다(남편은 대구지방회 4년차 캠퍼스 간사입니다). 그러면 버스를 기다리거나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시간이 사라지니 출근 시간이 조금 단축됩니다.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편도 1시간이면 가까운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4년 넘게 출퇴근을 하지만 편도 1시간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네요. 


결혼 전에는 본가인 경북 성주에서 출퇴근했습니다. 성주에서 대구까지 가려면 대구가 아닌 타지역권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 해서 대구 지하철 포함 교통비만 하루에 9천원을 지출했던 슬픈 사연도 있답니다. 교통비로 지출되는 돈도 아깝고 시간도 거의 2시간 반~3시간을 이동하는 데만 써야 하니,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2 년간 출퇴근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졸업 후에 1년은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2017년부터 사무간사로 공동체와 함께했는데, 공동체가 좋아서 그런 시간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갑분공! 갑자기 분위기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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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그리고 지하철과 함께하는 출퇴근길


사진은 2월의 어느 날, 출근하면서 찍은 사진인데요, 퇴근길의 지하철 내부에 사람들이 많은 풍경을 찍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공공장소에서 몰래 사람들 사진을 찍으면 안 되겠죠. 그래서 조금 늦은 출근길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배경을 골라서 사진을 남겼답니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이 나오게 찍으면 좋은데, 그것도 공공장소라 여의치가 않네요. 얼른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장거리를 왔다갔다하는 일상이 피곤하지만, 매일 여행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비록 지하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이지만요). 음악을 들으면서 혹은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때로는 지하철에서 QT를 하기도 했습니다. 버스에서는 앞사람이 보이지 않아 조용히 묵상기도를 할 수 있는데, 지하철에서는 앞이 트여 있다 보니 속으로는 묵상기도를 하면서 겉으로는 자는 척했던 적도 있답니다. 지하철은 계단이 많다 보니 간발의 차이로 지하철을 놓칠까 봐 몇 계단씩 단숨에 뛰어 내려갔던 적도 있었고요. 지쳐서 잠으로 보낸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하는데 잠만 자면 괜히 시간을 버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이 아무리 흔들려도 잠은 왜 그렇게 잘 오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추억이네요! 


지하철 출근을 일상적으로 하다보면 신기하게도 ‘몸이 거리와 시간을 기억하는 걸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피곤한 날은 2호선 계명대역에서 타자마자 잠이 드는데, 20분 후 제가 내려야 하는 반월당역에 도착하기 1분 전에 잠이 깨곤 했습니다. 한 번도 못 내렸던 적이 없어 참 신기하네요(웃음). 환승역인 반월당역 알람은 특별히 음악이 나오기도 하고, 보통은 이 역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내릴 준비를 해서 잠결에도 그 분주한 느낌이 전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배려해야 할 때가 가장 고민입니다. 제가 피곤하면 솔직히 자리를 비켜주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연세 드신 분들이 제 주변에 서 계시면 무조건 자리를 내어 드리곤 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로 보이는 분이 서 계셔서 자리를 비켜드리려고 했더니, “저 아직 젊어요~” 하면서 괜찮다고 사양하시는 거예요(머쓱타드…), 덕분에 저는 편하게 앉아왔지만, 괜히 뻘쭘했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경험했던 몇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간사 모임을 하는 날이었으니 때는 17년도 어느 금요일이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쓰레기통에서 다른 사람들이 먹다버린 물병을 주워 물을 드시려고 하더라고요. 순간 ‘물을 사드려야 하나?’ 고민하는데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몇 초 동안 수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지각하더라도 물을 사드리고 다음 지하철을 타야하나, 아니면 지금 오는 지하철을 타야하나…?’ 결국 저는 지하철을 놓칠까봐 불편한 마음을 안고 그냥 지하철을 탔어요. 그런데 하필 그날 QT 본문이 이웃 사랑에 관련된 본문이지 뭐에요! 간사모임에서 이 불편한 마음을 나누며,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모른척하지 말아야지’하며 다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한 번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양말을 구입한 적이 있었어요.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다고 한 켤레만 사달라고 해서 얼마냐고 여쭤봤는데, “3천원만 주시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천원 정도 하겠거니 했던 저는 순간 멈칫했지만, 심장병어린이를 돕는 좋은 일이고 양말도 어차피 하나 더 있으면 좋으니 겸사겸사 구매를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그분이 떠나고 나서 양말을 펼쳐보니 어린이 양말이더라고요(당황). 결국 제가 신지도 못하고 다른 어린이에게 나눠주고 말았네요. 


최근 겪었던 재밌는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어떤 할아버지께서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 화내셔서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무서웠던 적이 있어요. 속으로 ‘다른 칸으로 옮겨야하나…?’ 생각했을 정도였죠. 나중에 같은 역에서 내리시기에 슬쩍 보니, 글쎄 에어팟을 낀 채 통화를 하고 계셨더라고요! 저도 안 가지고 있는 에어팟을 사용하는 신세대 할아버지였던 거죠! 괜히 할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오해해서 죄송하면서도 재밌었던 기억이에요.  

저는 사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버스를 타면 창을 통해 바깥세상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데, 지하철은 창을 봐도 늘 똑같은 회색빛 배경만 보여서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한때는 지하철만 이용하다가 회색빛 풍경이 너무 질려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를 이용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지하철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오차가 거의 없고 빠르니까 이용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참고로, 대구 지하철 3호선은 지상으로 다녀서 바깥 구경을 할 수 있지만, 제가 사는 동네와 3호선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거의 이용하지 않아요.) 


물론 지하철에도 매력이 많습니다. 시간 오차가 없다는 점, 하나를 놓쳐도 다음 지하철이 금세 온다는 점, 버스에 비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입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하기가 조심스러워서, 조금 더 오랜 시간 타야 하는 버스는 웬만하면 자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뱃속에 아기가 있어서 많이 흔들리는 버스보다는 덜 흔들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의 임산부석은 지하철 한 칸 당 두 자리씩 있습니다. 사람이 없을 땐 거의 빈자리인데, 퇴근길에는 꽉 차서 못 앉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노약자석은 어르신들 외에는 거의 앉지 않는데, 임산부석은 배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근길에는 보통 일반 자리뿐 아니라 임산부석에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카톡으로 친구에게 서서 가고 있다고 하소연할 때도 종종 있답니다. 임신 초·중기에는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녀도 배가 부르지 않아서 그런지 임산부석에 앉는 게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반석에 앉기도 하고 퇴근 길에는 서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제는 만삭 임산부라 자리가 비어있으면 마음 편히 임산부석에서 앉아서 갑니다(웃음). 앞서 사진 속의 날은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임산부석에는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이 앉아서 결국 저는 일반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하소연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아기가 태어나면 당분간 지하철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은데, 지하철과 함께하는 일상도 이제는 잠시 쉬어갈 때가 다가오네요. 그동안 오가는 길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출산 전까지 남은 출퇴근길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해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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