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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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05-25 조회1,324회 댓글0건

[소리정음]
운전대 앞에서 빛나는 출퇴근길 [길거리의 일상, 나의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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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1 두 번째 소리 04+05호(통권25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길거리의 일상, 나의 출퇴근길]


▷ 나만 타고싶은 따릉이_전전

▷ 다채로운 변화 속으로 걸어가는 출근길_정영석

▷ 길고 긴 출근길에서 얻은 유익_조찬일

▷ 편도 한 시간, 대구 지하철의 출퇴근 여행_원세연

​▶ 운전대 앞에서 빛나는 출퇴근길_이지현





운전대 앞에서 빛나는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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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8일 오후 9시 퇴근길 풍경



 

◆ 이지현(경희대99)

졸업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면서 IVF 중앙회관에서 GCF 활동을 했다. 

전국 학사들의 모임이라 학부 때와 느낌은 달랐지만, 

졸업 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삶의 사명을 이루어가는 선후배들과 교제하며 졸업 후에도 제2의 IVF 공동체를 경험했다. 




들어가며 


코로나로 재택이 많아지면서 매일 출퇴근을 하던 일상이 바뀌긴 했다. 나는 비교적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일어나서 새벽기도를 하고, 아침을 먹고, 책을 읽고, 간단한 운동을 하고, 아침밥을 먹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출근한다. 여유롭게 40분~1시간 정도 걸려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일상이, 이제는 안방 문을 열고 나와 부스스한 머리를 털어가며 작은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는, 1분 뚜벅이 출근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적응이 되었다. 가끔 회사로 출근하는 게 오히려 어색해져 버린 걸 보면서,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과 편리함 속에서 ‘앞으로 또 매일 출퇴근을 할 수나 있을까?’ 질문하는 게으른 나를 마주한다. 나의 출퇴근길 기억을 되돌려 본다. 직장 생활을 한 지 20여 년, 그간 나의 출퇴근은 어떠했을까? 첫 직장은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자칫 트래픽에 걸리는 날이면 2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때는 일어나면 후다닥 씻고 바로 차를 타고 급히 집을 나서야 했다. 아침 시간은 여유도 없었고, 출퇴근길 모두 막히기 전에 급히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두 번째 직장은 지하철과 버스 환승을 하면서 1시간을 보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조급하고 바쁘게 쫓기듯 살았다.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던 출퇴근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피곤이 누적되는 그 길을 오가며, ‘직장은 가까운 곳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의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사계절의 다채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조그마한 개천 길을 걸으며, 꽃을 관찰하 고 꽃말을 외웠다. 음악을 들으며 매일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었다. 당시에 걸음의 미학, 걷는 즐거움 등 걷는 것에 대해 많은 책을 읽던 나로서는 걷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웠다. 그곳을 ‘힐링 로드’라고 부르면서 아침과 저녁 시간에 걸으며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씻곤 했다. 


그리고 3년 전, 현재 다니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출퇴근하는 데 약 한 시간 거리인 회사에서 좋은 조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걸어서 출퇴근한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다시 먼 거리를 출퇴근하려니 흔쾌히 마음이 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여러 상황과 시편 121편~126 편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확신을 갖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출퇴근을 위해 전에는 없던 하루 2시간가량을 차에서 보내야 했기에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4가지 방법을 찾아 정리할 수 있었다. (1)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시간, (2) 나를 찾아가는 시간, (3) 주변 풍경을 보는 시간, (4) 데이터 분석을 하는 시간. 3년간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며 어떻게 이 시간을 보냈는지 하나하나 설명해보고자 한다.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시간 


9년 전부터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는 아침마다 큐티를 팟캐스트에 올려준다. 약 30분 분량으로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하다 보면 직장에 도착해 있다. 차에 혼자 있는 시간이기에 골방 기도를 할 수 있다. 가끔은 혼자 기도할 때도 있지만, 큐티 말씀을 들으며 팟캐스트에 맞추어 함께 기도할 때 온라인 합심 기도의 힘을 느끼게 된다. 


큐티 말씀을 듣지 않을 때는 교회 주일 예배 말씀을 다시 듣거나, IVF 간사님들이 목회하시는 교회의 설교를 찾아서 듣는다. 지금 고민하는 부분과 상황에 맞는 말씀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마음으로 듣고 깨닫고 은혜를 받으며 회개한다. 그러면서 실제의 삶에서 말씀으로 임한 삼위일체 하나님을 경험한다. 그리고 좋은 말씀은 반복해서 듣는다. 한 번 예배하고 끝날 때가 많지만 오가는 길에 반복하며 듣다 보면,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던 부분도 새롭게 깨닫게 되고, 오랫동안 말씀을 기억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된다. 주말 후 ‘월요병’이 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출근 시간에 차에서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 ‘오늘 말씀은 무엇일까? 오늘은 어떤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약간이나 출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 


말씀을 듣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로 나를 찾고, 묵상하고, 글을 쓰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큐티를 하거나 회사에 가서 큐티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깊이 묵상하며 묵상한 것을 글로 써서 기록에 남긴다. 예전에는 펜으로 썼지만, 최근 6년 간은 워드 문서로 남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묵상의 글이 약 400페이지가량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나를 되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이 많이 필요한 업무들과 세 아이들 양육과 40대가 되니 필수적으로 해야할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 등을 하다 보면,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인 차에서 운전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평소에 할 수 없던 것들이 가능해진다. 


또한 2018년부터 한 달에 최소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서평을 올리는 온라인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IVP에서 나온 책들(『긍휼』, 『인생의 궤도를 수정할 때』, 『모험으로 사는 인생』 등)도 다시 읽어보면서 후기를 남겼다.(https://brunch.co.kr/brunchbook/sincerity-read) 그러다 보니 책을 읽고 난 후 줄거리를 다시 생각하거나, 말씀 묵상의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서평을 쓰기 위한 기획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평소 활동하는 시간에는 할 수 없으니 차에서 조용히 생각할 때가 많다. 이때 생각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나를 돌아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왜 그렇게 반응을 했을까?’, ‘하나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의 글귀나 오늘의 묵상 말씀이 나에게 특별히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죄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며, 무엇을 적용해야 할까?’ 등등, 운전하면서 생각하고 이후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을 하다보면, 생각의 조각들이 꿰어져서 하나의 글이 된다. 출퇴근할 때 운전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말씀 묵상과 글을 쓰기 위한 마중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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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오전 9시 출근길 풍경


주변 풍경을 보는 시간 


걸으며 출퇴근할 때와 운전을 할 때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스케일이다. 걸을 때는 사소하고 작은 것에 세밀하게 집중할 수 있고, 운전을 하면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가볍게 보내고 멀리 있는 자연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다. 작은 것에 집중하면 큰 것을 볼 수 없고 큰 것에 집중하면 작은 것을 볼 수 없는데, 나에게 운전이란 넓게 보고 크게 보는 것에 도움을 준다. 20년간 운전을 했지만 사고가 없던 것은 넓게 시야를 확보하면서 운전한 예방운전의 힘이었다. 바로 앞의 차량이 아닌 멀리 도로와 신호를 보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전체를 보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계절에 따라 거리 위 사람들의 패션도 바뀌고, 표정도 변한다. 시기마다 나오는 트랜디한 자동차들, 하하호호 번호판의 숫자들을 보면서 내 번호와 같은 차량이 있는지, 내가 전에 탔던 차량 번호나 내 핸드폰 번호 등 나와 관련된 숫자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 


작년에 DAG라는 기계를 구입했다. 이는 차량의 OBD(On-board Diagnostics)를 통해서 차량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계이다.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오늘의 주행 시간, 주행 거리, 연비 정보, DPF(매연 저감 장치) 상태, 배기가스 온도, 오일 온도, 배터리 상태 등, 차량을 운행할 때 변화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보여준다. 처음 설치했을 때는 운전보다 본 디스플레이를 집중해서 볼 때가 많아 숫자의 노예가 되기도 했다. 


이 장치로 재밌는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매일 출퇴근할 때의 운행 정보 데이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약 두 달간의 운행 정보를 수집하여 연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출퇴근 운행시 ISG 모드(정차시 시동이 꺼지는 기능), 드라이브 모드(Eco, Com- fort, Sport), 창문 개폐 여부, 에어컨 가동 여부, 주행 시간 등 매일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R 프로그래밍과 엑셀을 통해서 상관계수를 분석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요소를 도출하고, 시각화해보았다. 이 분석글은 브런치에 공개한 지 단 하루 만에 2만 회나 조회되었다.(https://brunch.co.kr/@bit-planner/82) 그동안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서 순식간에 2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자동차는 제2의 작업 공간이며, 운전이라는 활동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스’ 공간이다. 이 공간과 시간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운전하는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최대한 조급하지 않게 운전하고, 백미러나 좌우 미러를 자주 보면서 차선을 변경하는 것을 절제하고, 가급적 한 차선에서 멀리 보면서 전체적인 도로 상황을 확인하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환경적으로도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출퇴근길이고 한적한 시간에 운전해야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생각과 운전의 여유가 생겨서 운전 이외의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뇌는 쉼과 여유가 생기면 창의력이 증가되고, 쉴 때 깨어나는 두뇌가 더욱 활발하기 때문이다(『뇌의 배신』, 앤드류 스마트, 2014). 운전 자체에 들어가는 두뇌 활동을 최대한 줄여서 생각 없이 운전 할 수 있게 만들어 뇌가 약간의 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면, 이런 창조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출퇴근에 내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무한의 생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나의 출퇴근길은 나에게 삶의 가치를 더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나가며 


출퇴근 시간에 무언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쓰다 보니, 내용이 장황해진 것 같다. 실제로 보면 그냥 하루에 두 시간 운전하면서 음악 듣고, 말씀 듣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출근 길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인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그 과정과 방법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줄 수 있기에 과정은 결과보다 빛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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