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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06-25 조회776회 댓글0건

[소리정음]
학교폭력의 실태와 회복적 정의의 실천 [폭력 앞에 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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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1 세 번째 소리 06+07호(통권256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폭력 앞에 선 학생들]


▷ 사과에도 용서에도 용기가 필요해 _ 문현지

▷ 공의로운 하나님, 우리를 보호하소서 _ 익명

▷ 공교육제도 안에서 살펴보는 학교폭력의 의미와 대응 절차 _ 조일육

▷ 법률을 통해 살펴보는 학교폭력 _ 김지영

 학교폭력의 실태와 회복적 정의의 실천 _ 박숙영







학교폭력의 실태와 회복적 정의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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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영 (회복적생활교육센터 연구소장)

좋은교사운동 산하, 회복적생활교육센터 연구소장. 

전직 윤리교사로 평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던 중에, 

회복적 정의를 만나서 학교 안에 회복적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회복적 생활교육 운동을 시작하였다.  







최근 유명 스포츠인과 연예인들이 학창 시절에 있었던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되면서 학교폭력 이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철없던 학창시절의 치기가 아니며, 청소년기에 발생한 학교폭력의 피해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본 글에서는 학교폭력의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학교폭력의 실태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실태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은 2013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부터 증가추세로 이어졌고, 코로나19 시국이었던 2020년에 학생들이 학교에 등 교하는 날들이 줄어들면서 크게 감소하였다. 


학교폭력의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33.6%)→집 단따돌림(26%)→사이버폭력(12.3%) 순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19년과 비교하여 2020년 코로나 시국에서 사이버폭력(3.4%p), 집단따돌림(2.8%p)의 비중이 증가했다.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언어폭력이 모든 폭력적 행동에 동반되고 있으며, 모든 폭력은 언어폭력과 폭력적 의사소통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언어와 의사소통 방식을 평화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폭력을 예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온라인 수업의 증가와 스마트폰 과다사용, 대면 보다 비대면 소통방식이 익숙해짐에 따라 사이버 폭력도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폭력은 불특정 다수의 폭력으로 이어지면서 학교폭력의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은, ‘사법적 해결의 의존도 증가’다. 2012년 학교 폭력문제해결의 엄벌화 정책 이후에 학교폭력에 관련한 법적 소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지자체에 내는 재심(2013년 764건→2017년 1868건)도 두 배 이상이 됐다. 학폭위도, 재심도 만족스럽지 않다며 행정심판을 내는 경우(247건→643건)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초등학생들 간의 싸움도 소송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폭력의 원인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20년 인천교육청 ‘학교폭력원인분석 및 교육적대응방안 탐색’ 연구에서 2019.03~2020.05 기간 동안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보고서 분석한 결과, 학교 폭력 이유를 16개의 범주로 분류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대학생에 대한 불편한 감정, 장난, 성 관련, 우발성/화풀이, 보복, 돈 관련, 말 싸움, 지인 관련, 가해/피해학생의 실수 또는 오해, 힘겨루기, 가해학생의 특성, 신체접촉, 이성교 제, 술/담배, 새치기/자리다툼, 친구 관계의 역동’ 


학교폭력의 근본적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개인적 측면뿐만 아니라 더 넓고 다각적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의 생태학적 유발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편견과 차별’, ‘비인간화와 대상화’, ‘불평등한 관계’와도 깊게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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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원인이 단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불평등한 구조와 폭력적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처벌에 방점을 두고 있는 현 학교폭력대처는 매우 근시안적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교폭력의 생태학적 유발요인이 있으므로, 대처 또한 생태학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의 대상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문제해결은 사법적 방식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은 존엄과 책임, 정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법, 회복적 정의의 실천 


학교폭력문제의 교육적 해법에 대해서, 지난 2018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을 통해서 필자는 학 교폭력의 교육적 접근으로 생태학적 · 성장지향적 · 회복적 정의의 접근을 제안하였다. 본 글에서는 생태학적 · 성장지향적 접근을 포괄하고 있는 ‘회복적 정의의 접근’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회복적 정의란 ‘처벌을 통해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응보적 정의의 개념’과 달리, ‘정의는 당사자 와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피해가 온전히 회복될 때 이루어진다’라는 정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회복적 정의에서의 회복이란, 발생한 피해로 인해 훼손된 ‘피해, 존엄, 관계, 자발적 책임, 공동체, 정의’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회복적 과정이란, 문제의 당사자와 공동체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 참여하며, 가해자는 발생한 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깨닫는 과정을 통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동체 참여는 문제해결에 있어서 당사자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참여로 문제의 생태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은 자기보호본능과 더불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회적 본능을 타고난다. 엄벌위주의 처벌적 접근은 자기보호본능을 촉발시켜서 잘못을 합리화하거나 거짓말하거나 남 탓을 하기 쉽다. 이러한 자기방어적 태세는 싸워서 이기는 싸움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학교폭력문제는 싸워서 이겨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있어서 우리에게 중요한 본능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회적 본능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회적 본능은 자신을 방어하고자 불끈 쥐었던 주먹을 펴서 상대방에게 악수를 청하게 하여 평화협정을 맺도록 한다. 어떻게 불끈 쥔 주먹을 펴서 상대에게 악수를 청하게 할 수 있을까? 회복적 정의는 ‘중립적 제3자의 개입’과 ‘안전한 대화모임’의 실천을 제안한다. 이를 ‘회복적 대화모임’이라고 하는데, 학교폭력문제를 회복적 대화모임으로 진행했던 한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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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com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같은 동네에서 자주 만나서 놀던 초4 3명 과 중1 2명 사이에서 폭력적 행동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1 형들이 초4 동생들의 돈을 빼앗는가 하면, 신음소리를 억지로 내게 하여 녹음을 하고, 초4 한 남학생을 밀실에 가두기도 하였으며,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님 몰래 노래방 간 것을 이르겠다며 협박을 해왔다. 놀이터에서 또다시 폭력적 언행이 발생한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했다. 신고 된 후에 아이들은 교육청에서 주관한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화모임 초기에는 초4 학생들은 중학생 형들이 무서워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발생한 일로 마음은 어땠는지,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책임질 필요가 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회복적 질문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공감하며 이해해갔다. 중1 학생들이 동생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빼앗은 돈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에 합의했다. 


대화모임을 마무리할 즈음에 한 초4 친구가 갑자기 형에 대해 좋은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형이랑 노는 거 재미있었어.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나는 형이랑 이전처럼 사이좋게 놀고 싶어.” 이렇게 시작된 칭찬은 곧 릴레이로 이어졌다. “나도 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졌을 때 네가 나를 부추겨서 약국에까지 데려다주었을 때 고마웠어.” “나도 형이랑 재미있었어.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컴퓨터 한다고 아빠한테 혼나기만 해서 밖에 나왔는데 형이랑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아이들 사이에 어느새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해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평화협정을 맺는다. 그들의 마음과 생각은 어른들보다 유연하고 사심이 없으며 평화감수성이 높다. 청소년 시기부터 다툼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기회와 방법을 배우고 체화할 수 있다면, 그들은 훨씬 더 평화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아이들은 충분히 평화협정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어른들의 과민한 개입이 오히려 법정 소송까지 이어지게 한다. 하지만 법적 해결은 문제해결의 마지막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 이전에 우리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신학자 월터 윙크는 “어떻게 하면 악에 저항하여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악들을 만들어 내지 않고, 또 우리 자신이 악이 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우리는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 속에 살고 있으며, 세상은 분쟁과 반목, 폭력이 난무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써 폭력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예수의 가르침대로라면 우리에게는 원수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화해와 용서의 실천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폭력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함은 물론이고,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서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도록 안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불끈 쥔 주먹을 펴서 협력의 악수를 청할 수 있는 회복적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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