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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은 공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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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F:D 뉴스레터 두 번째 이야기 - 드라마와 일상
다정은 공짜니까
김다안 경기남지방회
팔자 때문인 걸까? 동백(공효진)은 7살에 엄마 정숙(이정은)에게 버림받았다. 유일한 가족이자 연인이었던 종렬(김지석)을 떠나 홀로 아들 필구(김강훈)를 키우면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한다. 그리고 동백은 옹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됐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웅크리고 있는 동백에게 용식(강하늘)이 나타난다. 동백에게 첫눈에 반한 용식은 동네 똥개처럼 졸졸 따라다니다가 어느새 동백의 마음에 들어선다. 한 사람을 향한 우직한 응원이 동백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향한 응원과 사랑의 표현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처음 동백과 용식의 로맨스를 보면서 대리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스릴러도 담고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연쇄살인범을 추리해서 꼭 맞추고자 하는 경쟁대상 없는 승부욕도 있었다. 그런데 나를 정말 설레게 한 건 편견 속에 숨다가 그 편견을 부수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세상의 편견 속에 갇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표현해 줌으로 한 사람이 마음을 열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됐다.
자신을 편견 속에 가두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움츠러드는 동백에게 상황이 아니라 동백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상기시켜주는 용식이가 계속 생각이 난다. ‘고아에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님까지 됐어요.’, ‘동백씨, 동네에서요. 제일로 세고요, 제일로 강하고, 제일로 훌륭하고, 제일로 장해요’라고 별 말 아닌 듯 우직한 위로를 전한다. 세상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정말 마음이 울렁여지는 말이다. 나에게는, 또 우리에게는 평가가 아닌 이러한 위로가 필요함을 알았다.
나는 높은 곳 물건 하나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작은 내가 싫었고, 가난한 가정의 첫째라는 타이틀이 짐이 되기도 했으며, 계획하지 않으면 실행하지 못하고, 기껏 세운 목표를 해내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그래서 나의 연약함이 드러날 때면, 숨어버리고 눈치를 보았다. 이런 모습이 동백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는지 동백이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어 그의 삶을 응원했다. 용식의 꾸준한 위로가 자신의 한계에 갇혀 있던 동백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었다. 동백 스스로 ‘편견’, ‘한계’라는 벽을 부수고 당당해지는 모습을 볼 때는 기쁘기도, 마치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나의 상황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계속 숨어 있었다. 내 주변에 용식과 같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내 주변에는 날 늘 응원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의 한계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부셔야만 온전히 설 수 있음도 알았다. 내가 나의 연약함 마저 사랑하고,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우직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용식, 동백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막 사는 게 징글징글할 때 그럴 때 술 마시러 오잖아요. 만사 다 짜증나고 지쳐 있잖아요. 그래서 나는 그냥 웬만하면 사람들한테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은 공짜니까 그냥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
동백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동백 외에도 드라마 속 인물마다 가지고 있는 서사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기도 한다. 나의 무심하고도 사소한 시선이 사람을 재단하고 있는지, 아님 배려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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