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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2-05-26 조회7,174회 댓글0건

[소리정음]
정치의 시기에 언론을 섭취하는 방법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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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2 두 번째 소리 04+05호(통권26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다


▷ 이중성을 깨닫게 해 준 나의 한 표 _ 이상엽

 이지문 중위 사건 :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의 시작 _ 윤원정 

 정치 참여의 한 가지 방법, 개표사무원 _ 고효정 

 정치의 시기에 언론을 섭취하는 방법 _ 강도현 

▷ 필리핀의 선거와 그리스도인 _ 길버트 테루엘 안드레스  





정치의 시기에 언론을 섭취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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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 강도현(뉴스앤조이 대표)

2016년부터 뉴스앤조이에서 언론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전까지 언론과 아무 상관 없는 여의도 금융맨으로 살았다. 

파생상품, 주식, 스타트업 투자 등을 하면서 금융 자본주의의 민낯을 경험했고 지금은 그 구조를 어떻게 깰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고 있다.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만들고자 연구하며 그런 뜬구름 잡는 일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나님 나라에 여전히 가슴이 뛰고 인간과 함께 동역하시는, 스스로 약자가 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목회자 자녀인 저는 어려서부터 다윗과 솔로몬에 관한 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습니다. 지금도 제 아이들에게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곤 하지요. 머리가 조금 컸을 때 다윗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게 되지만, 그것도 양념일 뿐, 결국 다윗이 얼마나 처절하게 회개했는지에 방점이 찍힙니다. 나중에 성서를 스스로 읽게 되었을 때 ‘열왕기상’ 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다윗이 솔로몬에게 왕권을 넘겨주는 과정은 이게 정말 내가 알던 솔로몬 맞나 싶을 정도로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다윗의 유언을 명분 삼아 이루어진 솔로몬의 숙청은 그야말로 조선 시대 드라마를 연상케 합니다.


하기야 조선 시대에도 왕권 승계는 언제나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반정은 말할 것도 없고, 죽음이 없는 왕권 승계를 찾아보기가 더 어렵죠. 그만큼 권력을 이양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권력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도 권력을 둘러싼 세력의 충돌이 엄청나죠. 그 싸움을 1인 1표 선거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류의 역사가 발전한 것이겠지요.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일은 얼마나 처절하겠습니까? 과거에는 칼을 휘둘렀다면 지금은 글과 영상을 휘두릅니다. 권력 쟁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프로파간다 전쟁은 그야말로 생존을 담보로 한 한판 승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선거 중 나오는 이런 저런 뉴스와 말들은 평상시와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겠죠.


선거 중 가짜뉴스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 솔직히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었다면 그건 제대로 된 프로파간다가 아니겠죠. 전쟁 전문가들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사실과 왜곡을 교묘히 섞기도 하고, 사실이 모호한 부분을 과장하기도 하죠. 양쪽 모두 능수능란한 프로파간다를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팩트를 걸러내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언론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도 아주 오래된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논쟁거리는 ‘뉴스공장’에 대한 식자들의 이런저런 말들입니다. 어떤 이는 뉴스공장을 듣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뉴스공장을 듣는다는 이유로 연대 의식을 갖습니다. 특히 이른바 진보적인 사람들이 뉴스공장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이토록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특유의 정파적 태도 때문이겠지요. 


언론의 정파성 문제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뉴스공장이 거론되었을 뿐이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조·중·동의 정파성 문제는 그 역사가 참 유구하지요. 게다가 일부 종편의 보도 행태는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언론이 정파성을 가져도 되느냐’ 하는 질문은 간단히 취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200년 이상 투표로 대통령을 뽑아온 미국도 언론의 정파성 문제가 여전히 회자됩니다. 대표적으로 ‘폭스뉴스’가 있습니다. 대놓고 공화당을 지지하지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CNN’이나 ‘뉴욕타임스’는 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고, 어떤 뉴스 앵커들은 그러한 성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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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언론의 정파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프로파간다의 적극적인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파간다는 형식상 기사나 리포트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그 목적은 팩트의 전달이 아닌 권력의 획득이니까요. 물론 그 경계가 모호합니다. 어떤 언론도 정파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기사를 쓰는 이도 사람이니까요. 저를 포함해 그 어떤 누구도 스스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주장을 하는 언론인은 오히려 피해야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언론을 어떻게 소비해야 할까요? 한쪽 이야기만 듣는다면 아무래도 특정 세력의 프로파간다에 과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되도록 다양한 언론을 섭취하되 각 언론이 지닌 한계를 인지하면서 소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를 찾아서 선택하는 것이 민주 시민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도 이미 정파적입니다. 그 정도가 각자 다를 뿐이지요. 내가 각 정치 세력에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호감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성찰을 바탕으로 정보들을 취합한다면 하나님 나라에 더 부합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두에 소개한 열왕기상의 다윗과 솔로몬에 대한 평가는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읽다 보면 ‘저랬으니 이스라엘이 결국 두 동강 나지’ 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를 객관적 으로 서술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반면 같은 시대, 비슷한 사건을 전하는 ‘역대상’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이스라엘이 다시 돌아가야 할 위대한 시대로 기록합니다. 다윗이 인구 통계를 강행한 사건을 비판하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에서 이스라엘의 정통성을 찾으려고 하지요. 쓰인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서가 같은 시대에 대해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어떤 정치 세력이 하나님 나라에 더 부합한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나의 선택이 얼마나 옳았는가를 성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 없습니 다. 그만큼 나의 선택도 오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자기 성찰 위에서만 비로소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선거를 함께 경험할 텐데요. 부디 더 나은 세상, 하나님 나라에 부합한 세상으로 나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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