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정음]
나의 딸 아이, 초등학교에 가다 [누구나 새내기였다]
관련링크
본문
[소리] 2022 세 번째 소리 06+07호(통권262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누구나 새내기였다
▷ 신입사원 생존기
▶ 나의 딸 아이, 초등학교에 가다 _ 유수헌
나의 딸 아이, 초등학교에 가다
초등학생이 된 딸과 함께
◆ 유수헌(가톨릭대02)
요리와 여행을 좋아하는, 열정 많은 새내기 학부모입니다.
사랑하는 IVF 학사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가톨릭대 02학번 유수헌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남편을 2013년에 봄에 처음 만나, 2014년 봄에 결혼하고, 2015년 봄에 예쁜 딸을 출산해서 현재 경기도 동탄에서 단란한 세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 전에는 학원 강사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수학과 실험 과학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요, 아이를 출산하면서 퇴사하고 현재 8년 차 가정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내기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대면하게 된 어려움은 바로 ‘아이가 혼자 집 밖을 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사건 사고에 대한 염려증이 남들보다 많은 탓에, 여태껏 아이 혼자 집 밖을 나서게 해본 적이 없거든요. 어디를 가든 항상 손을 꼭 붙잡고 함께 다녔는데, 이제부터 등하교를 아이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범죄가 혹시 내 아이에게 일어나지는 않을까? 건널목을 건너다가 차랑 부딪치기라도 하면 어쩌지? 아이가 휴대전화도 없는데 혹여라도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의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딸은 평소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언니들처럼 가방 메고 혼자 학교에 간다는 사실이 너무 기대되고 설렜나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엄마 없이 나 혼자’인 거죠. 입학하기 몇 달 전부터 “엄마, 나 이제 혼자 학교 다니는 거죠? 엄마는 집에 있는 거죠?”를 몇 번이나 물어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나 없이 혼자 다니는 게 저렇게 신나는 일인가 서운한 마음도 들고 그랬네요.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 당일. 아침부터 긴장된 마음으로 등교 준비를 시키고 함께 집을 나서려는 데, 갑자기 딸아이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며 엄마가 왜 학교에 같이 가느냐고 따져 묻는 거예요. 저는 너무 황당했습니다. 초등학교 신입생은 첫 두 주 정도 등하교 적응 기간이라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다녀야 하거든요. 이런 사실을 모르는 딸은 자꾸 혼자서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생고집을 부렸습니다. 저는 지난 겨울 방학 내내 아이를 어떻게 혼자 집 밖으로 나가게 하나 기도하며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이런 마음도 몰라주는 딸이 너무 야속하고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엄마가 학교는 혼자 가는 곳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왜 자꾸 같이 가려고 해요? 나 혼자 갈 수 있단 말이에요!”라고 생떼를 부리는 딸을 향해 저는 급기야 욱해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 기분 좋게 초등학교 입학 첫날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는 저에게 혼나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고 저는 순간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감정이 엉망이 되고…. “여태까지 엄마랑 같이 다니다가 너 혼자 다닌다고 하니까 엄마는 걱정되고 속상하고 쓸쓸해서 마음이 힘들어. 그런데 네가 혼자 간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엄마가 갑자기 화가 났나 봐. 혼자 다니고 싶은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그런데 선생님이 1학년은 처음이라 부모님이 학교에 꼭 같이 다녀야 한다고 그러셨으니까 오늘부터 2주만 함께 가자. 알겠지?” 함께 학교로 걸어가는 동안 아직도 눈물이 흘러나와 콧물을 훌쩍이는 아이를 보며, ‘입학 첫날부터 애나 울리고, 나도 참 못났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딸은 그날로부터 다시 날마다 날짜를 세며 혼자 등하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요. 지금은 스스로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혼자 학교에 다니는 일이 가장 신나는 일이 되었답니다. 저는 지금도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직장 선배들에게 사교육비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그런지,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경제적인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한 명당 한 달에 평균 100만 원씩 사교육비를 쓴다고 하던데…”라고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아이에게 어떤 사교육을 시킬 예정인지, 우리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면 결론적으로 한 달에 교육비가 얼마나 필요할지 구체적으로 묻더라고요. 남편이 외벌이로 집안의 경제를 떠맡다 보니 부담과 걱정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 제가 아이 교육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 도달한 결론은, 자아가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새로운 세상인데, 우리가 어렸을 때 커왔던 방식 그대로 “공부 잘 하는 게 성공하는 길”이라고 아이에게 주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성적으로 남들이 인정하는 결과를 내든지 그렇지 않든지,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를 배우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참고 한 번 더 시도하는 끈기를 배우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원은 최소한으로, 꼭 배우고 싶거나 엄마 아빠가 가르쳐주기 힘든 것을 배우는 곳으로 한정 짓고, 엄마 아빠 품 안에 있을 때 많이 놀고 여행도 다니고 집에서 엄마표로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어요. 덕분에 저는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지만, 그만큼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답니다.
그리고 저희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좋은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적절한 통제와 허용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아이가 이런저런 실수를 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하도록 옆에서 든든히 지켜봐야 하는데, 잔소리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만 하기가 참 힘드네요. 풍족하고 어려움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독이 될 수 있는데, 부모가 먼저 나서서 다 해결해 주고 실수하지 않는 노하우를 잔소리처럼 아이에게 주입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인생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인데,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크게 경험할 수 있는 결핍이나 좌절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부모로서 지혜가 많이 필요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책과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들 하죠. 저희는 TV나 인터넷, 게임 같은 매체와 일찍부터 친하지 않은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그러려면 부모인 저희가 먼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TV를 멀리하는 태도로 절제의 본을 보이는 게 필요하겠다 싶어서 힘겹게 실천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갑자기 스마트폰을 너무 갖고 싶어라 하더라고요. 과연 우리는 언 제까지 아이에게 미디어 통제를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중학교 입학할 때 사주마~”하고 말로 약속을 하긴 했는데…. (마음 같아선 아이가 20살이 될 때 사주고 싶네요) 과연 그때까지 아이가 보채지 않고 잘 참아 줄지 미지수입니다.
하나님과 성경을 바로 알고, 제대로 된 세계관과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캠퍼스 시절에 간사님들로부터 늘 배웠던 것인데,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서야 제대로 실습을 해 본다는 기분이 듭니다. 리더로서 후배들을 대할 때는 이미 생각과 신념이 굳어져 버린 성인들이라 서로의 생각이, 세계관이 부딪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태어날 때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은 순수한 백지상태이니 저희가 어떻게 이끌고 키우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겠지요. 어찌 보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기도 하고 엄청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 앞에서 부모의 언행일치는 중요하기에, 저희가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진짜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평생 거룩한 부담감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을 교회 공동체의 지체들과 함께하고 있어 서로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게 감사합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주일학교에서는 어린 시절의 신앙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날마다 하나님 말씀을 꼭꼭 씹어서 잘 먹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삼고 있어요. 날마다 QT와 성경 통독을 하고 가정예배 드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주일학교 밴드에 올려요. 그러면 전도사님이 매주 광고시간에 아이들 사진을 소개하며 엄청난 칭찬과 상으로 피드백을 해 주시거든요. 그게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라면 힘겹고 어려운 신앙훈련의 여정이지만,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있고 격려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곁에 있어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과 함께 자라가고 있는 딸 아이
저희 가정은 매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엄마, 아빠의 일주일이 어땠는지 아이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기도 제목을 말하고, 중보기도하는 시간도 함께하고 있어요. 하나님께 삶을 내어 맡기려는 경험은 저희 부부가 아이에게 꼭 물려줘야 할 믿음의 유산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학사님들께 가정예배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리면 가족 간의 마음이 서로 가까워지고 대화가 깊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부활절을 앞둔 어느 날, 저는 아이의 책가방에서 편지 하나를 발견했어요. 딸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받는다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그림으로 그리고 ‘성령’, ‘죄’라는 단어를 넣어 삐뚤삐뚤한 글씨로 편지를 썼어요. 아이는 친구에게 복음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그런 진실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성령님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순수한 믿음으로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이었어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기 위해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건 참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딸아이가 동역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딸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선 제가 정신 차리고 깨어있어야 하고, 아이를 키우며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하나님을 더 역동적으로 만날 수 있거든요. 이제 곧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저는 더 많이 하나님 앞에서 속상한 마음을 내어드려야 할 테고, 아이의 자아가 강해질수록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겠죠. 하지만 더 많이 내려놓은 연습을 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우리 가족을 만나고 빚어가는 하나님의 은혜가 깊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학사님들도 삶의 모든 자리에서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와 사랑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아이를 키우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