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정음]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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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 다섯 번째 소리 10+11호(통권25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지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
▷ '제로웨이스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기 _ 김한샘
▷ 번영을 위한 정치인가? 생명을 위한 정치인가? _ 박제민
▶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_ 강원중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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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중 (홍익대09)
학부에서 영상 연출을 전공하고 공동체의 부름에 따라 캠퍼스간사가 되었습니다.
2019년 기후파업시위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은 후, 공동체 안팎에서 그리스도인의 기후행동을 독려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에서 집행위원 및 교육팀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나의 문제
기후위기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면서 누군가는 겁에 질려 망연자실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당장 우리 세대에 별일이야 있겠냐며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지구를 위해 뭐라도 하기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이도 있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엿보며 투자전략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반응도 이렇게 달라진다.
2021년 7월 한 달 동안에만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러시아, 미국, 캐나다에서 유례없는 산불이 일어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산불 20건 중 16건이 최근 15년 동안 일어났다. 세계적인 산불이 이렇게 크고 심각해지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있다. 극단적으로 건조한 지역이 늘어나면서 더 크고 오랜 기간 꺼지지 않는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숲이 불타면 그동안 흡수해 온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내뿜는다. 이는 온실효과를 더 가속화시키고 더 많은 산불을 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고성과 안동 등에서 이전에 없었던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여 수많은 민가가 피해를 입고 많은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산불은 그저 눈에 보이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폭염과 홍수, 가뭄, 영구동토층의 소멸과 해수면 상승 등, 연쇄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모든 지표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지구 가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지구 안정성이 한계점(티핑 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는 30여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 목소리에 주목하고 일찍부터 기후 운동을 시작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기며 무시했다. 그런데 2019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기후파업시위가 시작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주요한 발단이 된 것은 2018년 인천 송도에서 발표된 「IPCC 1.5도 특별보고서」이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한 이유가 명백히 인간의 활동에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지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을 만큼 빠르다’는 연구결과에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1900년대부터 단 100년 동안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약 1.1도 상승했다. 이는 자연 상태의 지구가 가장 빠르게 따뜻해질 때보다 약 25배 더 빠른 속도이다.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발생할수록 지구는 더 빨리 뜨거워진다. 그리고 어떤 시점 이후로는 그 가속도로 인해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단계로 돌입한다. 그 마지노선이 되는 온도가 1.5 도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쏟아내는 주요한 동기가 되었다.
최근 발표된 IPCC의 6차 보고서는 기후 안정성이 무너지는 한계 시한이 더 앞당겨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 탄소를 계속해서 배출하면 2021년~2040년 사이에 1.5도 한계선을 돌파한다는 발표이다. 가능성으로 따지면 올해 안에도 그 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완전히 멈추어도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와 지구 가열의 관성으로 인해 1.5도 돌파는 시간문제다. 온 세계가 지금 당장 사력을 다해 탄소 배출을 멈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정책과 기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
IPCC가 제시한 탄소 예산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2030년까지 현재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정책과 기업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더 이상 개인적 수준의 실천과 노력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시상황에 버금가는 전환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이 정도로 급박한 과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이제 정부와 기업들도 표면적으로는 친환경적 전환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한국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많은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 이미지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유행처럼 번지며 소비되고 마는 이러한 단발적인 관심은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1965년 이후 배출된 탄소 중 3분의 1 이상이 단 20개의 메이저 기업으로부터 나왔다. 또 지난 20년간 전 세계 온실가스 70%의 출처가 단 100개의 화석연료 기업이다. 우리나라로 보면 국내 10대 그룹의 전력 사용량이 모든 가구의 사용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 시민이자 소비자로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야기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하게 분별하고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기업은 과소비를 조장하며 환경의 파멸을 방조한 채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화석 에너지로부터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시스템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있다.
국내에서는 유독 재생에너지는 비싸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로 완전히 돌아선 지 오래다. 2010년 1MWh당 381달러에 달했던 태양광 발전의 단가는 기술의 발전과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2020년 57달러로 낮아졌다. 풍력의 단가도 89달러에서 39달러로 떨어져서 이제 국제기준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화석연료보 다 저렴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인식이 큰 이유는 한국정부가 에너지원의 단가를 세계기준과 매우 다르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탄 발전의 단가는 MWh당 52달러로, 세계 평균 114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기후위기의 현실과 세계적 추세에 너무도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비용의 측면으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정책 결정자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선, 자원의 총량과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 무한성장주의를 멈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탈탄소 전환으로 인해 손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또한 필요하다. 화석연료의 비율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제를 위해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렇게 녹색 가치의 보전과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도모하는 것이 바로 ‘그린뉴딜’이다. 최근 국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그린뉴딜은 10여 년 전 미국의 기후운동에서부터 시작된 개념이다. 대공황 시기의 미국이 뉴딜정책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것과 같이, 전 사회적인 체제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 해결을 도모하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은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있어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직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정부가 여전히 기업 친화적인 성장주의의 관성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IPCC가 제시한 국제기준은 2030년까지 현재보다 45%이하로 배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최근 여당이 통과시킨 탄소중립법안의 감축 목표치는 고작 35%에 불과하다. 몇 달 전 정부주도하에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꾸려진 위원회가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두 가지가 탄소중립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그 불충분한 목표에 대해서마저도 구체적인 로드맵이 전무한 상황이다. 한편 탄소배출 비율이 가장 높은 대기업들의 배출량에 대해서는 철저히 불가침의 영역으로 고수하고 있다. 국제기준 이 요구하는 감축목표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요원한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탄중위로 임명된 몇몇 연구자 및 활동가들이 사퇴를 선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대기업의 이익을 변호하는 목적에 다름없는 위원회 구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좌절하고 절 망감이 든다. 하지만 이나마 논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외침이 있어 왔음을 기억할 때, 시민으로서의 감시와 제언의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기후위기 시대를 걸어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전 지구적 위험 앞에서 일개 개인인 우리는 무기력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서 기후위기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침묵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하겠다. 사회적 변화는 작은 인식의 변화로부터 출발한다. 현재 국민 10명 중 9명이 기후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대선의 주요한 의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들어 이상기후 현상이 더욱 잦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지난 2~3년 동안 기후활동가와 시민들이 상황의 시급함을 전하는 데에 앞장선 결과일 것이다. 인구의 3%만 변화에 동참해도 전체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각자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관계들 속에서 최선을 다해 기후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기후위기의 책임과 해결을 개인적 차원으로 돌리고자 하는 속임수에 이의를 제기하고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텀블러 사용이나 분리 배출 등의 개인적 실천은 대기업과 정부 정책이 이룰 수 있는 변화에 비하면 그저 상징적 수준에 불과하다. 절대 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의 변화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직적 행동에 동참하며 일원화 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기후파업시위에 동참하거나 서명운동을 통해 진정성 있는 정책의 입안을 요구하고 감시해야 한다.
또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하여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윤리)’에 적극성을 나타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탄소 제로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표방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그러한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다. 환경적 관심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면서 이제 생태적 가치와 정의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가치추구의 흐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개인의 실천 중 그나마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육식 위주의 식단으로부터 멀어 지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가축 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가 전체의 14.5%를 차지할 만큼 육류 소비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완전히 육식을 끊지 않더라도 고기 소비와 섭취를 조금씩 줄여나갈 방법은 많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실천이다.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해 매우 암울한 현실을 걷고 있다. 이는 모두의 마음을 무겁고 슬프게 한다. 하지만 이토록 어두운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리스도인 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선하신 하나님이라는 신앙적 토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며,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실 것에 대한 소망을 고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며 해결을 도모하고 행동하는 것. 기후위기 시대를 걸어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의 이웃과 온 피조세계가 기대하는 바이며, 주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공동의 사명임을 믿는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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