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정음]
어느 캠퍼스 리더의 고백 [응답하라,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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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정음]
어느 캠퍼스 리더의 고백 (응답하라, 캠퍼스!)
[소리] 2021 첫 번째 소리 02+03호(통권254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응답하라, 캠퍼스!]
▷ 20학번 새내기, 파란만장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_ 이지민
▶ 어느 캠퍼스 리더의 고백 _ 이수빈
▷ 코로나 시대, 캠퍼스 사역 어떻게 할까? _ 김혁수
어느 캠퍼스 리더의 고백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어낸 한양여대 IVFer들과
◆ 이수빈(한양여대19)
올해 2021년부터 리더를 맡게 되었고 ‘막학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양여대 IVF는 노영은 간사님과 학생 3명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작은 지부입니다.
코로나로 뒤틀린 한양여대 IVF
한양여대 IVF의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계획 하고 예상했던 것들이 많이 뒤틀려진 한 해였습니다. 아마 저희 뿐만 아니라 IVF의 모든 지부와 학생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2019년 동서울IVF 겨울 수련회에서 저희는 큰 포부를 가졌습니다. 한양여대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저희의 작고 소중한 동아리방을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의 많은 학생으로 채우겠다는 포부를 말이죠.
소망과 열정을 한가득 안고 새 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개강을 앞둔 불과 몇 주 전에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 되면서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덩달아 IVF 모임도 비대면 모임으로 바뀌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곧 대면으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상황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급기야 학교 측에서는 ‘2020년도 1학기 동아리 활동 중지’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식적인 모임은 중단이 되고 동아리 방은 폐쇄되었으며 IVF 홍보에도 제약이 생겼습니다. 또한, 리더 언니를 도와 역할을 분담했으나 모든 활동이 멈추게 되면서 제가 맡은 동아리 회의나 회계 역할도 사라졌습니다. IVF 홍보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홍보 포스터와 파일을 제작하여 학교 게시판에 붙이고 학생들에게 직접 나눠주며 IVF를 알리고 신입생과 학생들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도 실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혼란의 연속, 들어오지 않는 신입생
이러한 상황으로 학기 초에는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비대면 모임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진심을 나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라인이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차갑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줌으로 삶을 나누고 기도 제목을 나눈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온라인 모임의 작은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가끔 모임 도중에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버퍼링이 걸릴 때가 있었습니다. 나눔 중에 버퍼링이 걸려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중간에 말을 끊기가 민망해서 이야기를 다 이해했다는 듯이 웃어넘길 때도 있었습니다. 또 말이 겹쳐 머쓱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진솔한 나눔을 못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온라인 모임을 통해서도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할 수 있는 뜨거운 날도 있었습니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은 다른 방식의 모임에 적응하고 나니 잠시 잊고 있었던 걱정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신입생과 학생 모집은 어떻게 하지?’ 학생들을 직접 만나 IVF를 홍보할 수 없기에 다른 방식으로 IVF를 알려야 했습니다. 고민 중에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발로 뛰며 IVF를 알리겠다는 학기 초의 다짐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 조금은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몇 주 후,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을 보고 IVF에 들어오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리더 언니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 문자를 받았을 때, 허무한 마음은 사라지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새로운 학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IVF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연락과 떠남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IVF에 들어오겠다는 연락을 받아도 기대감보단 ‘잠깐 스쳐 갈 인연이겠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학생을 모집하는 것은 힘들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잠깐 스쳐 갈 인연이 아닌 오래 머무르려고 하는 인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모임이 온라인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는 데도 말입니다. 지금도 매주 모임을 함께하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한양여대 IVF에 필요한 지체를 보내달라는 기도를 하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안될 것만 같던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또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시고 항상 일하고 계시는 것을 느끼면서, 기도가 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계획했던 것을 실행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당혹스럽고 힘들었던 202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더 강렬하게 느끼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작년, 저의 한 해는 ‘재정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0년을 시작하기 전 뜨겁게 불타오르던 저의 마음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으로 한순간에 푹 식어버렸습니다. 혼란스럽고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날들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지만, 설교 말씀이 전혀 제 삶으로 들어오지 않고 기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제 삶 속에서 일 하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금까지 해오던 저의 신앙생활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님이 제 삶속에선 일하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말씀을 보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생활이 익숙해져 버렸고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졌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무너진 신앙생활 속에서 그나마 붙잡고 있었던 것은 IVF 모임이었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한양여대 IVF 모임에서는 여러 신앙 서적들을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래리 크랩의『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저는 점차 회복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가질 수 있는 의문들과 그 의문들에 대한 답, 더 나아가 하나님을 어떻게 신뢰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방관하는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들었던 의문을 나누고 저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뜻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시고 선한 목적을 갖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닫혀 있던 저의 마음의 문이 점차 열리기 시작하자 말씀이 들어왔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방법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지만, 온전히 하나님만을 신뢰하며 나아가니 앞에 놓인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신앙 서적들을 읽고 말씀을 나누는 모임을 통해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던 저의 믿음을 다시 새롭게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2021년을 시작하며
당장 동아리 방을 가득 채울 학생들도 없고, 무수히 생겨나는 하나님을 향한 질문들이 아직 다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종종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하나님 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일하실 것을 알기에 저희는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2020년 한 해 동안 저 그리고 한양여대 IVF가 배운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인 것 같아요. 그래서 2021년은 더 뜨겁게 기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심히 기도하다 보면 주님의 때에 맞게 응답해 주시겠지요?
모두에게 2020년은 힘들고 답답하고 지치는 1년이었겠지요. 하지만 이 <소리>를 읽는 모든 분의 2020년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평안을 누릴 수 있었던 한 해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2021년은 회복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이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너무 두서없이 적은 것 같아 걱정이네요. 하하. 저는 이제 저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제게 맡겨주신 사명을 다해 올 한 해를 열심히 달려갈 예정입니다. 제가 리더의 자리를 기꺼이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한양여대 IVF에 필요한 학생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은혜와 축복이 가득 넘쳐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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