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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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10-29 조회6,589회 댓글0건

[소리이음]
[소리가 만난 사람] 막막한 진로 고민, 저와 함께하세요! (임의택 학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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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021 두 번째 소리 04+05호(통권25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소리가 만난 사람] 

<소리>에서 직접 찾아가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막막한 진로 고민, 저와 함께하세요!

- 부산진구진로교육지원센터의 교육N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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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필자는 맨 왼쪽) 




우리는 모두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신의 진로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아마 현재도 진로 고민을 하는 독자들이 계시겠지요. 

막연하기만 한 진로에 관한 고민을 돕기 위해, 공교육을 보완해주는 ‘부산진구진로교육지 원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학사님이 계십니다. 

도시공학 전공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임의택 학사님의 발자취를 소개합니다! 




◆ 임의택(부산대00) 

◆ 진행 김성우 / 정리 편집부



김성우(이하 성우)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의택(이하 의택)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대 00학번 임의택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경성대 01학번 이주은입니다. 같은 교회에서 만나 지금은 두 명 어여쁜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2주가 되었고, 둘째는 4살이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IVF를 만나다. 


성우 저도 딸이 세 명 있어요. 아무래도 딸 키우는 재미가 남다르죠(웃음). 아내와 같은 교회에서 만났다고 하셨는데,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의택 어머니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어요. 집은 동래라는 곳에 있었고 교회는 부산역 근처여서 지하철로만 30~35분 정도 거리였는데, 교회가 산꼭대기에 있어서 역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했죠. 초등학교 때는 ‘디즈니 만화 동산’을 봐야 하니까 정말 교회에 가기 싫었어요(웃음). 그래도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국수가 맛있어서 억지로 다녔는데요, 누나들이 고등학교에 가면서 집 가까운 곳에 있는 교회로 옮기게 됐어요. 그때부터는 엄마를 설득해서 오전 7시 반 어른 예배를 드렸어요. 빨리 예배를 마치고 와서 나의 생활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중고등부 생활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고3이 되고 수능을 쳤는데, 지원한 대학교에서 전부 떨어졌어요. 하는 수 없이 재수학원에 등록했죠. 교회에서는 대학부를 나가게 됐어요. 누나들이 대학부 리더를 하고 있어서 제가 스무살이 되니까 끌고 간 거죠. 2월에 겨울 수련회를 한다는데 솔직히 가기 싫었어요. 수련회도 한 번도 안 가봤고요. 심지어 어떤 형이 오더니 대뜸 “수련회에 가서 기도하면 대학에 붙는다”라는 거예요(웃음). 당연히 한 귀로 흘려들었죠. 결국 누나들이랑 함께 수련회를 갔지만 말씀 듣고 통성기도하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기도하는 시간에도 멀뚱멀뚱 눈뜨고 있곤 했어요.


수련회에 다녀오자마자 재수학원이 시작되었는데, 모두가 실패자라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공기가 엄청 무겁고 힘들었어요. 그렇게 재수학원에 딱 1주일을 다녔는데, 2월 마지막 주에 부산대에 서 연락이 왔어요. 추가합격을 했다고 말이죠. 등록하러 가서 슬쩍 물어봤더니, 6차 추가합격이라고 하더라고요. 6차에 추가합격이 나올 수가 없다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거예요. 수련회 가기 전에 어떤 형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성우 정말 깜짝 놀랐겠어요(웃음). 그렇게 부산대 신입생이 되었군요.


의택 맞아요. 그런데 2월 마지막 주에 연락을 받았으니, 이미 오리엔테이션도 끝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한 상태에서 학기를 시작했어요. 추가합격을 하는 바람에 학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가 없었고 시간표도 혼자서 짜야 했던 거죠. 


그러던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같은 교회의 부산대 선배였는데, 그 누나가 대학생활을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누나를 만나러 갔더니 형 두 명이 같이 왔더라고요. 군대 가기 전에 휴학하고 리더로 섬기던 IVF 형들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공동체 사람들도 소개받으면서 저의 IVF 생활이 시작되었죠. 


신앙이 언제 생겼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따라 사는 선배들, 그리고 주님이 주인이라고 고백하는 동기들을 보다 보니 문득 ‘아, 내가 예수님을 믿고 있구나. 이게 예수님을 믿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극적인 체험 같은 건 없었어요. 전 그렇게 예수님을 믿었던 것 같아요. 아참, 놀랄 일도 있어요. 저를 IVF에 소개해줬던 그 누나는 저의 큰 처형이 되었답니다! 그 누나의 막냇동생이 제 아내거든요. IVF는 저에게 엄청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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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IVF공동체의 소식지를 들고




매 순간의 선택


성우 엄청난 인연이네요(웃음). IVF에서 활동학사도 하고 간사 지원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활동학사의 삶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의택 당시 간사님이셨던 김도열 간사님의 역할이 컸어요. 제가 전역한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2004년 2학기였는데, 간사님은 공동체에서 예비역들을 위한 셀모임을 만들어주 셨죠. 예비역 형이 리더를 맡았고요. 당시 저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24시간 대형마트에서 밤11시부터 아침7시까지 야간 알바를 했어요. 몸이 정말 힘들었지만 웬만하면 셀모임을 안 빠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다음 학기에 복학해서 큰모임(LGM) 담당을 했어요. 그런데 3학년을 마칠 즈음에 김도열 간사님으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았어요. 저도 몰랐던 저에 관해서 엄청 길게 글을 써서 보내주신 거예요. 간사님이 국어국문학과거든요(웃음). 그 글이 너무 위안도 되고 감동이 되어서 정말 수차례 읽었어요. 그 글의 골자는 4학년이 끝나면 네가 가진 리더십과 장점으로 간사로 섬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어요. 그후 4학년을 보내면서 서현택 간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활동학사를 결심할 수 있었죠.


이건 저의 약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는 먼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아요. 언제나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택해요. ‘내 앞에 놓여 있는 해야 하는 일과 맡아야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 나의 일이고, 그것이 쌓였을 때 내 미래가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해요. 솔직히 최선이라고 하기엔 부끄럽고요, 적어도 욕을 듣지는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거죠. 그때의 선택도 마찬가지였어요. 여러 선택지 중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가장 좋은 선택은 뭘까’를 고민해봤을 때, 활동학사를 하고 간사시험을 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간사시험에는 떨어졌어요. 공동체를 사랑하고 헌신했는데 ‘왜 나를 안 받아주지?’하는 마음에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내 길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합격의 슬픔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도시계획과 함께 시작한 사회생활


성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멋지네요. 그럼 이후에 전공을 살려서 취업을 하신 건가요? 


의택 네, 전공이 도시공학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기업을 준비했어요. 면접도 보러 다녔지만 결국은 다 떨어졌어요. 고민하다가 다른 분에게 추천을 받아서 작은 중소기업의 막내로 들어가게 됐어요. 원래는 토목 쪽만 하는 회사였는데 사장 님이 마침 도시계획 쪽 용역을 받아오면서 도시계획부가 막 신설된 중소기업이었죠. 


도시계획이라고 하면, 보통 대학교에서는 신도시가 생기면 들어갈 도로를 설계하고 병원을 짓고 학교 설계하고 이런 걸 배우기는 해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분은 이 일을 오랫동안 해오신 교수님들 정도일 거고요, 회사에서는 구청이나 시청에서 이미 계획을 세운 부지들이 새로운 시설로 바뀔 수 있도록 서류 절차를 담당해요.


처음에 ‘밀양시 단계별 집행계획’을 맡았어요. 이미 밀양에 어떻게 도로를 낼지, 어떤 건물을 지을지, 이런 계획은 다 있다고 해도 예산이 한정적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시설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에 관한 계획을 세우는 거예요. 도로를 돌아보면 서 인구밀도나 도로교통을 조사한 다음에, 어디 에 먼저 도로를 뚫어야 하는지, 어떤 건물을 먼저 올려야 하는지, 2~3년 단위로 단계별 집행계획을 잡는 거죠. 그다음에 했던 업무는 함안에 있는 작은 근린공원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공원에 어떻게 도로를 연결해야 하는지, 어떤 형태로 공원을 들여와야 하는지를 계획했어요. 원래의 부지가 논이면 사유지일 수도 있어서 그 사유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런 것들도 서류를 만들어야 해요. 부산지하철 건설 때는 부산교통공사의 발주를 받아서 부산시의 허가를 받기 위해 서류작업을 한 적도 있어요. 지하철은 선형 시설이라 건설에 걸리는 땅이 많아요. 땅을 조사해서 어떤 건 사유지니까 국가에서 사야하고, 어떤 건 강이니까 매립을 해야 하고, 어떤 건 논인데 도로나 지하철 용도로 바꾸기 위해서 용도 변경을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일괄적으로 조사해서 서류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사실 엄청 힘들었어요. 중소기업이다 보니까 제가 하는 노동의 강도에 비해서 보수가 적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사장님이 ‘호남 고속철도’ 건을 따오신 적이 있었어요. 고속철도는 엄청 긴 선형 시설이라서 거쳐가는 땅이 너무 많은 거예요. 거기 들어가는 서류를 만들어야 하는데 서너 달 정도 야근을 하거나 밤을 새우거나 주말 출근을 반복해야 했어요. 어쨌든 일을 마치긴 했는데, 선형 시설은 설계 변경이 꽤 많아요. 지도상에서는 걸리는 게 없어도 실제 현장에 가 보면 설계도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러면 바뀐 설계도에 따라서 같은 작업을 또 해야 하는 거예요. 서너 달까지는 견뎠는데, 그 이후의 수정작업은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 때가 결혼한 지 6개월쯤 됐을 때였거든요. 결혼도 했고 아기도 태어날 텐데 이런 식으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이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어요. 주일에는 교회 갔다가 출근을 해야 하니 눈치도 보였고, 게다가 윗선에 접대하는 안 좋은 문화가 무용담이나 자랑거리처럼 흘러나오는 일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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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진로교육지원센터를 홍보하며 (필자는 맨 왼쪽에서 두 번째)



교육 NGO로의 전환


성우 그랬군요. 그런데 도시공학이라는 전공 분야에서 일하다가 교육NGO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트셨네요. 보기에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여요. 어떻게 교육NGO를 생각하게 되셨나요?


의택 제가 결혼한 뒤에, 활동학사를 했던 당시 리더였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어요. 그중에 해양대 리더를 했던 형제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하는 회사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한동안 잊고 지내는데 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 친구가 생각났어요. 퇴사 후에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어서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즐거워하는지 생각해보는 중이었거든요. 저는 교회나 IVF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성경공부 하는 일을 무척 즐거워했고, 그게 제 성향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양대 친구에게 연락했죠. “함께할 수는 있는데 급여를 이전 직장처럼 맞춰주긴 어렵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함께하고 싶었어요.


성우 지금 ‘아름다운배움’이라는 단체와도 연관 되어 있는 거죠? 


의택 앞에서 말씀드린 해양대 친구 덕분이에요. 사실 부산에서 갓 졸업한 대학생이 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하기가 쉽지는 않았나 봐요. 그래서 인터뷰 기사를 보고 무작정 ‘아름다운배움’ 대표님께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대요. 다행히 그분이 교육NGO의 마인드를 가진 분이라서 흔쾌히 도움을 주셨어요. ‘아름다운배움’은 농산어촌의 교육 살리기 운동을 하기도 하고, 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하고 교육지원을 하는 단체에요. 기부받은 영어동화책을 캄보디아로 보내주는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을 하기도 하고요. ‘아름다운배움’과 부산에 있는 교육업체를 만든 그 친구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저도 함께 일을 하게 되었죠. 


제가 지금 하는 사업은 ‘진로교육지원센터’라는 구청 위탁사업이에요. ‘아름다운배움’ 이름으로 위탁을 받았어요. 대학교나 큰 단체와는 달리 저희처럼 영세하고 규모가 작은 단체는 위탁을 받으면 위탁받은 업무를 도맡아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름다운배움’ 중점 사업보다는 ‘진로교육지원센터’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요. ‘진로교육지원센터’에서는 중학교의 자유학년제 운영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자유학년제란 중학교 1학년이 1년 동안 시험의 부담 없이 여러 체험이나 강의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요. 학교에서 이런 직업군의 설명을 듣고 체험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가 중간에서 직업인과 학교를 연결해주고, 직업인에게는 강사비와 재료비를 지원합니다. 진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고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하고 있어요. 창업동아리를 만든다든지, 독서토론 동아리를 만들어서 진로에 관한 독서토론을 하는 식이에요. 또한, 대입 설명회나 고등학교 전형 설명회 같은 특강들도 합니다. 학부모들이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지역사회의 체험처를 관리하는 일도 하는데요. 강사들이 직접 학교에 와서 직업체험을 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있는 뷰티 학원, 승무원학원, 꽃집, 공방 등등 숨은 직업 체험장을 찾아가서 체험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체험처들을 관리하고 연결하는 일이에요.  


성우 진로교육지원센터 동료들도 IVF 학사님들이라고 들었어요. 


의택 네, 맞아요. 신기한 일이죠. 제 바로 옆자리 에는 전직 간사님이신 정영민 센터장님이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두 명의 직원이 더 있는데 한 명은 경남지부 사무간사를 했던 분이에요. 회계담당 직원이 너무 필요해서 모셔왔고요. 다른 한 명은 고신대IVF 학사님이에요. 사회복지전공을 한 친구인데 이제 막 졸업한 신세대이기 때문에 홍보나 SNS, 홈페이지, 밴드 관리 등의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렇게 네 명이 일하고 있어요. 


성우 IVF 학사님들이 모여서 일을 하다 보면 ‘이건 참 좋더라’ 하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의택 물론 있죠! 가장 큰 건 회식을 점심시간에 한다는 거예요(웃음). 회식을 점심시간에 하고 개인의 자유시간을 보장한다는 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아마 모든 직장인이 공감하실 걸요?


그리고 또 좋은 점이라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최근에 코로나나 아동학대에 관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여러 사건을 기독교적 관점을 가지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신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잖아요. 교회에서의 어려움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을 좀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시기는 다르지만 같은 공동체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죠. 도시계획을 하는 회사에 있을 때는 일 이야기밖에 안 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 와서도 사회문제나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좋고 축복 같아요. “IVF 학사들끼리 있으면 QT하냐, 기도회 하냐?” 많이 물어보시는데, QT나 기도회는 1년에 딱 한 번, 새해 첫 출근 날만 합니다(웃음). 


성우 작년 한 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힘든 한 해였잖아요. 학사님이 하시는 일에는 영향이 없었는지 궁금해요. 


의택 저희 사업은 부산교육청에서 절반, 구청에서 절반 부담해서 1:1 대응투자로 예산을 받아요. 받은 예산을 무조건 1년 안에 다 써야 하는데, 작년 1학기 때는 거의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어요. 2학기에 사업 집행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일이 몰려서 어려웠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네요. 부산진구청에서 고교 전형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7시가 시작이라 유튜브 실시간 중계할 것까지 세팅을 다 해놨는데, 5시 50분쯤에 부산진구청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셧다운이 된 거예요. 역학조사원들이 오더니 역학조사를 마칠 때까지 아무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데요. 신청하신 분들께 급하게 전화를 돌리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죠. 다행히 동선이 겹치지는 않아서 8시 정도 되니까 다 나가라고는 하더라고요. 살짝 무서웠습니다 (웃음). 물론 이런 일이 있었다고는 해도 코로나로 인해 정말 힘드셨던 다른 분들에 비한다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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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전문인력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동료들과 함께 (필자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진로에 관해, 학사님들께


성우 자녀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학사님들을 위해서, 자녀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드려요.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지 정말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의택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는 진로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로 ‘자신에 대한 이해, 직업이나 학과에 대한 정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존감’을 꼽아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거예요. 자기 이해라는 건 대부분 자신의 선택에서 결정돼요.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실패하든 성공하든 중도에 그만두든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 중·고등학생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요. 이를 보완하려고 하는 게 학생부 종합전형이에요.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해서 대학을 가는 것인데, 이 전형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무언가를 선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요. 또한, IVF 공동체는 자신을 이해하기에 정말 좋은 공동체죠. 나의 부족함과 장점을 알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노력 해봤지만 안 되는 건 무엇인지. 그런 것을 알아가는 게 중요해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해요. 무언가를 선택하면 반드시 실패를 경험하게 되어 있어요. 인간적인 관계든 준비의 미흡함이든 구조적인 문제든 여러 가지 실패의 과정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 혹은 우연히 봤던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글귀 하나, 책에서 본 문장 등이 될 수 도 있어요. 여러 가지로 다양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세상과 학교에 나와 실패를 경험 한 뒤에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가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버지니까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사회구조상 아이들이 한창 자랄 시기와 사회생활에서 주임, 대리, 과장 등을 맡아 바쁜 시기가 맞물리는 거 같아요. 바쁘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으면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돌아왔을 때 회복하고 다시 나아가면서 단단해질 수 있어요. 


자기 이해와 회복하는 힘만큼이나 원하는 직업이나 학과에 관한 정보도 중요해요. 대학생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어려움이 ‘자신이 생각했던 전공 과 실제 맞닥뜨린 학과가 너무 다르다’라는 거예요. 대학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배우는 내용이 너무 다르다는 거죠. 제 경우, 도시공학과를 선택했던 이유가 ‘공학’이라는 부분 때문이었는데, ‘도시’는 인문학적인 요소가 훨씬 많았어요. 이 괴리감은 직업이나 학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새는 진로 정보에 대해 학부모님들이 더 잘 아시더라고요. 진로교육지원센터를 하는 저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시고요.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니까요. 


실패를 회복하고 거기서 자양분을 얻고,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거기에 나에게 맞는 직업과 전공 에 관한 정보를 덧붙인다면, 그 학생은 충분히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 두 이 과정을 잘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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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여 미래를 만들어오신 임의택 학사님을 응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이 자기 이해를 통해 더욱 단단해져서 자신의 진로를 잘 찾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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