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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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3-02-20 조회5,484회 댓글0건

[소리정음]
"우리 이러다 다 죽어" [서울 중심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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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https://youtu.be/3tlMQPeCayw 

[소리] 2022 세 번째 소리 08+09호(통권26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서울 중심 대한민국


최근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등장인물들의 고충에, 많은 경기도 주민들이 공감을 표하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입니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5,839명으로, 2순위인 부산(1㎢당 4,248명)의 약 4배에 이릅니다. 

서울에 많은 인프라와 일자리, 문화, 교육 면에서의 혜택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서울민국’은 지방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불평등한 상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어떤 불평등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서울 중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어쩌다 원주민  _  호욱 

 우리들의 블루스를 추자  _  좌성훈 

 "우리 이러다 다 죽어"  _  김준호 




https://youtu.be/3tlMQPeCayw 

"우리 이러다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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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로 출퇴근하기 위해 매일 들렀던 수서역

                                                                                                                                                                                               



◆ 김준호(충북대14)

밥벌이를 위해 청주 오송에서 서울로 이사 왔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지만 놀자고 연락 주면 좋아한다.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도 이겨낼 수 없는 서울행 


21년 12월 1일, 청주 오송읍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21년 7월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직해 오송에서 SRT를 타고 출퇴근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서울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오송역에서 SRT를 타 

고 수서역에서 내려 신논현까지 출퇴근을 반복했다. 이렇게 하면 출퇴근 시간이 보통 1시간 40분 걸렸다. 사람 붐비는 게 싫어서 수서로 출발하는 6시 19분 첫 열차를 타고 출근했는데, 그러기 위 

해서는 4시 40분에 일어나야 했다. 첫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있는 걸 보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고 느꼈다. 어쩌면 이 열차에 있는 사람 중에 많은 이가 밥벌이를 위해 나처럼 수서행 열차에 탑승했을 것이다. 사실 그 당시에는 회사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재택근무를 허용했기에 출퇴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출근 두 달째부터 재택근무가 사라졌고 주 5일 SRT 타고 1시간 40분씩 출퇴근하기는 힘들었다. 야근도 잦아서 집에 오면 얼마 못 자고 일어나 다시 첫 열차를 타고 출근한 적도 많았다. 


비용도 문제였다. 정기권을 끊으면 한 달 승차권 가격의 50%를 할인해준다. 하지만 할인을 받아도 오송-수서 정기권 가격은 내가 살던 원룸 월세에 가까웠다. 불행히도 정기권을 끊지 못하면 교통비와 월세만 백만 원 가까운 돈이 나가게 되는데, SRT를 타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기권을 끊기 어렵다. 열차 당 50장 내외로 정해져 있기에 정기권 구매는 유명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보다 빡세다. 정말 한순간이다. 그 순간을 놓치면 정기권은 날아가고 매일 출퇴근 승차권을 끊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게다가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 정기권을 끊지 못하면 야근하는 날에는 돈을 아끼려고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출근하기도 했다.


이런 날들을 경험하다 보니 결국에는 서울로 이사하는 게 시간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훨씬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은 고생을 하고 나서야 하게 된 생각이다. 당시 나는 오송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에 집착하고 있었다. 입사 초기, 회사 사람들이 “언제 서울로 이사할 거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앞으로도 계속 오송에서 출퇴근하겠다”라고 말했고 계속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의 패기 같은 거랄까…. 사실 아무 연고도, 아는 지인도 없는 곳에 새로운 터전을 잡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다. 나에게 서울이 그랬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서울로 가야만 했다.


평생 살던 충청도가 아닌 서울


나는 태어나 대전에서 쭉 살다가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청주 오송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만두었다. 퇴사 후 공부를 하면서 원하는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서울에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물론 대전이나 청주지역도 알아보았지만 채용하는 회사의 수나 규모 있는 회사가 수도권에 압도적으로 많았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수도권으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서울에 어떻게 올라왔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밥벌이를 위해 올라왔다고 대답한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더 좋은 인프라를 누리고 취업을 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한다.


서울에 취업했지만 그럼에도 오송에 거주한 이유는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오송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송은 대전과 세종을 가는 BRT와 청주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또한 KTX와 SRT가 동시에 다니는 기차역이 있다. 가끔 대전에 있는 부모님 집에 가기에도 좋고, 종종 세종과 청주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람 많은 걸 싫어해서 사람 많은 서울에서의 생활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오송에서 출퇴근하면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함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했던 동지들이 하나둘 청주를 떠나면서 나도 서울로 올라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람이 많아서 서울에 오는 것을 꺼렸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려있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캠퍼스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함께한 많은 동지들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졸업하고 나서 수도권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었다. 주변 지인들도 다 수도권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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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사가기 전날 촬영한 오송역
 


서울 집중화 현상을 겪으며


이십여 년 전 초등학생이었을 때, 대한민국의 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현재 수도권 면적은 대한민국 면적의 12%인데, 50%가 넘는 인구와 1000대 기업 중 75%의 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서울에 집중 투자를 했고, 사람들은 서울로 몰리기 시작했다. 한정된 자원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경쟁이 심해졌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야기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에는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났고, 사람과 기업은 더욱더 수도권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계속 지방은 소외되고, 노인 비율이 높아진다.


제2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에서도 많은 청년이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 “청년들이 많이 떠나니 결국 부산에는 노인과 바다밖에 남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부산도 이러한데 하물며 다른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져온 지방 소멸과 저출산 문제는 고령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출산보다 생존의 본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의 생존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더는 생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유명 드라마의 대사인 “우리 이러다 다 죽어”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이유다.


서울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한정된 자원으로 경쟁을 하게 된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회 초년생은 열약한 주거환경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오송에서 거주할 때는 괜찮은 원룸에 살았는데, 서울에 올라오면서 반지하에 살게 됐다. 심지어 오송에서 들어갔던 월세보다 좀 더 비싼 가격이다. 차곡차곡 모아서 지상층으로 이사하길 꿈꾸지만 몇 개월 지나면 아파트 가격이 몇천만원은 우습게 올라버리는 서울 현실에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이십여 년 전, 당시에는 어려서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수도 이전이 실현되지 못해 아쉽기만하다. 수도 이전이 가능했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을 것이다.


탈서울 지방생이 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올라와 생활한 지 8개월 가까이 되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오송에서 고생하면서 출퇴근했던 현재 직장에도, 서울 이사 후 참석하기 시작한 수도권 학사회에도, 코로나가 잠잠해지고부터 새로 출석한 교회에도 조금씩 적응해 나가면서 서울 생활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서울의 맛인 걸까.


하지만 동시에, ‘서울에 계속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도 여전하다. 서울에 사람이 더욱 몰리면서 사람들의 과밀화된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가는 듯하다.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 과밀화된 욕망에 탑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서울의 기형적인 모습을 피해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건 서울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에 어느 은행이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려고 하자 많은 직원이 시위하고 퇴사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지방 균형 발전의 숙제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어쩌다 올라온 서울. 언제쯤 탈서울 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나는 과연 서울에 쌓아 놓은 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탈서울을 하는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서울에서 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내가 어디에 있든지 지금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하고 하나님 나라 공동체와 함께하고 싶다. 그런 삶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박경리의 『토지』 한 구절 이 떠오른다. “영원한 정착이 없듯 떠남도 영원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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